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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공들인 `조선빅딜` EU 몽니에 다시 표류
2022-01-13 23:40:58 

우리나라 조선업이 불황기에 빠져 있던 3년 전 정부는 국내 조선사 1·2위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치는 '빅딜'을 통해 조선사 간 과당경쟁과 저가 출혈 수주를 줄이려 했다. 1999년 대우그룹 파산으로 기업 재무 개선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이 20여 년 만에 새 주인을 맞는 것도 초읽기에 돌입한 듯 보였다.

코로나19 이후인 재작년 말부터 조선시장이 부활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국내 조선 3사는 작년 내내 수주 낭보(朗報)를 전해왔고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많아졌다.
LNG선은 기존 벙커C유와 LNG가 함께 연료로 사용되는 이중 연료 추진선으로 17만4000㎥급 기준 한 척당 2억달러가 넘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힌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이른바 '탄소중립' 목표 달성 시점인 2050년을 약 30년 앞두고 세계적 선사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이중 연료로 배를 움직이면 벙커C유보다 탄소 배출량이 20%가량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LNG선 수주를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휩쓸었다.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78척 중 68척(87%)을 한국이 수주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LNG선 32척, 15척을 수주하며 전 세계 발주량의 60%를 따냈다.

그러자 유럽연합(EU)은 작년부터 두 회사의 LNG선 독과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고 결국 합병을 불허하기에 이른 것이다. EU는 특히 기업결합으로 LNG선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LNG선 선가가 오르면 유럽 역내에서 소비되는 LNG 가격 또한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LNG선 가격을 당분간 인상하지 않고 건조기술을 일부 이전하겠다고 제안했지만 EU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전 세계 해운사가 유럽에 몰려 있다는 점도 EU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에는 머스크(덴마크), MSC(스위스), CMA CGM(프랑스) 등 세계 1~3위 컨테이너선사와 그리스 선주 집단이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도 LNG선을 포함해 약 3조원 규모 수주에 성공하는 등 슈퍼사이클이 지속되는 만큼 향후 친환경 선박 분야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조선업계에서는 과거와 같은 국내 조선사 간 출혈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맞춤으로 제작하는 조선업 특성상 선주들이 선박을 발주하면서 국내 3사 간 경쟁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한국 조선업 전체 경쟁력을 위해 최고 수준 기술력을 유지하더라도 과잉 생산능력 문제는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채권단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다시 관리체제로 전환하고 민간에서 주인 찾기를 추진할 계획이다.
두 기관을 비롯한 정부는 13일 "대우조선 정상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수주·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수금보증(RG) 등 기존 금융 지원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해뒀다. 정부는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 방안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는 올 하반기에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문광민 기자 /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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