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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종을 무시하지 말라"…인류를 배불린 강한 생존력
2021-09-04 06:01:03 

[사이언스라운지] 지난 6월 '잡종 벼의 아버지'라 불리는 중국의 농학자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농학자였던 위안룽핑은 1974년 수확량이 기존보다 20% 늘어난 잡종 벼(교잡 벼) 개발에 성공하며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수천만 명을 굶주림에서 구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있는 벼의 5분의 1이 위안룽핑과 그의 실험실 제자들이 개발한 잡종 벼다.

잡종은 강하다.
식물학에서는 잡종 자손의 형질이 부모보다 우수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 '잡종강세(Heterosis·hybrid vigor)'라는 엄연한 용어도 존재한다. 품종이 다른 암수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의 몇몇 특징이 부모 양쪽보다 더 우세한 경우가 나타나는 잡종강세를 활용해 밀과 옥수수 등 여러 작물에서 일찌감치 잡종이 개발됐다. 위안룽핑의 잡종 벼도 이 잡종강세를 이용해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경우다.

하지만 더 척박한 환경에서도 더 강하고 더 많은 낟알을 맺는 이 잡종강세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최근 연구진은 잡종강세의 비밀이 토양 속 미생물의 영향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매기 와그너 미국 캔자스대 식물유전학 교수 연구팀은 토양미생물을 포함한 미생물이 잡종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미생물은 식물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있다. 일례로 콩과 식물의 경우에는 공생관계인 뿌리혹박테리아를 통해 질소를 공급받는다. 뿌리혹박테리아는 대기 중 질소를 고정한다. 콩과 식물이 아니더라도 많은 식물들은 잎과 뿌리에 있는 미생물 덕에 질병을 피한다.

지난해 와그너 교수 연구팀은 잡종 옥수수의 잎과 뿌리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동종 교배된 옥수수의 잎과 뿌리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실험실 연구를 통해 현장 연구 결과를 재현해봤다. 잡종 옥수수 종자와 순종 옥수수 종자를 미생물을 첨가한 토양과 그렇지 않은 토양에 각각 심었다. 이 결과 미생물이 있는 토양에서는 잡종 옥수수가 순종 옥수수보다 훨씬 더 잘 자랐다. 잡종 옥수수 뿌리가 순종 옥수수 뿌리보다 20% 더 무거웠다. 반면 미생물이 없는 토양에서는 잡종과 순종 옥수수의 성장 속도가 동일했다. 이 결과는 지난 7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연구팀은 "잡종식물은 토양미생물과 (순종식물과는 다른)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생물이 특별히 잡종의 성장을 촉진한다기보다는 순종의 성장을 지연시키는 작용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순종이 미생물에 과도하게 면역반응을 하면서 성장이 억제됐을 가능성과, 잡종 식물이 토양에 존재하는 병원체들을 보다 더 잘 물리칠 것이라는 가설도 제기됐다. 연구자들은 이를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에 돌입할 예정이다.

동물 역시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력을 강화하기 위해 '잡종강세'를 택한 사례가 있다.

북극곰과 그리즐리곰(회색곰)의 잡종인 '피즐리곰'이 대표적이다. 피즐리곰은 2006년 동물원이 아닌 자연상에서 처음 존재가 확인됐다. 피즐리곰은 북극곰처럼 몸의 대부분이 흰색 털로 덮여 있지만 긴 발톱과 굽은 등, 갸름한 얼굴 등 회색곰의 특징도 가진다. 보통 사자·호랑이 등 이종 교배로 탄생한 잡종(라이거)이 불임인 것과 달리 피즐리곰은 번식이 가능하다. 또한 피즐리곰의 경우 두개골 구조가 생체역학적으로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북극곰은 긴 두개골을 가져 바다표범을 먹기에는 좋지만 어금니가 작은 반면, 회색곰은 질긴 먹이도 씹어먹을 수 있는 두개골을 가졌다. 두 곰의 중간 형태인 두개골을 가진 피즐리는 더 넓은 범위에서 식량을 찾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생존에 더 유리하다.


진화론에 영감을 줬던 '다윈의 새' 핀치새의 경우에도 '잡종의 산물'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부리의 모양이나 깃털 등이 다른 13종의 핀치새가 존재했고, 찰스 다윈은 이들 핀치새가 각각의 섬의 먹이 환경에 따라 부리 모양이 변하고, 자연선택이 되어 진화했다는 진화론을 내놨다.

2015년 레이프 안데르손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는 '네이처'에 핀치새들의 유전자를 해독한 결과, 하나의 조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상이 같은 핀치새들은 곤충과 씨앗, 선인장, 과일 등 섬에서 구하기 쉬운 먹이에 따라 네 종류로 진화한 뒤 다른 종류들끼리 짝짓기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종류가 만들어졌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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