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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때 5번 억누른 전기료…尹정부때 `한전 적자폭탄`으로
2022-05-13 18:59:42 

◆ 한전 역대최악 적자 ◆

한국전력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가시밭길을 걷게 된 배경으로 지난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의 적용 실패가 지목된다.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연료비 등락에 맞춰 매 분기 전기요금을 조정하기로 한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금까지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총 6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단 1차례만 받아들였다.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눌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요금은 △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연료비 연동제는 연료비 조정요금을 연료비 등락에 맞춰 결정하는 것으로, 직전 분기 대비 kwh(킬로와트시)당 최대 ±3원, 연간으로는 최대 ±5원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그동안 한전은 2020년 12월, 지난해 3·6·9·12월, 올해 3월 총 6차례 연료비 조정요금을 인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작년 4분기 전기요금에만 3원을 인상했다.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3원 할인한 요금을 원상복구한 것에 불과했다.

석유·LNG 등 연료비는 2020년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했지만, 이를 반영할 시기를 놓친 것이다. 특히 연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연료비가 급등했음에도 지난 3월에 올해 2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 올 4월부터 기준연료비 4.9원과 기후환경요금 2원을 인상하기로 결정한 데다 올 들어 물가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인위적으로 누른 전기요금은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고, 요금 인상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연료비 가격 급등에 따른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프랑스·영국·스페인·일본·이탈리아 등 주요국들도 전기요금을 인상하거나 국가 재정 지원을 단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요금 판매사들이 연료비 급등으로 심각한 재무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영국 30개, 일본 14개, 독일 39개, 스페인 25개 등의 전기요금 판매사가 파산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들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무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에 나서기로 했다. 보유 중인 출자 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 외에는 매각하고, 보유 부동산 매각도 검토할 방침이다. 운영·건설 중인 해외 석탄발전소 매각 등 해외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경영 혁신을 단행해 디지털화와 비대면 경향을 반영한 인력 재배치를 실시하고 전력 데이터·플랫폼을 개방해 민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한전 임직원은 2만3000명에 달하는데 더 이상 인력이 늘지 않게 동결시키고 필요하면 희망퇴직 등 인원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발전공기업들도 연료비를 포함한 전력 생산원가 절감 노력에 동참하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연료비 등 원가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되는 방안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냈음에도 임직원들에게 최대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해 비판을 받았다. 한전은 지난해 사장에게 경영평가 성과급 9315만원을 지급했다. 상임감사에게는 6210만원, 상임이사에게는 6219만원이 지급됐다. 일반 직원도 평균 678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윤석열정부도 한전의 대규모 적자에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원가주의' 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기요금을 누르기만 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원가주의를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자력발전 확대로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일부 낮추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단기간에 원전 비중이 늘어나기가 어려워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선 산업용 전기요금이 급격히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설비투자 등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기업들의 생산단가 상승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물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서 산업계는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우려해왔다"며 "새 정부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정부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나갈 계획도 밝혔다. 정부가 개입하는 현재의 전기요금 결정 구조가 문제라고 본 것이다. 전기위원회에 사실상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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