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사진)이 이끄는 미국 투자사 버크셔해서웨이가 올 들어 미국 증시가 조정장에 접어들자 수백억 달러어치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라"는 버핏의 오랜 투자 격언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WSJ는 버크셔해서웨이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보유 주식 현황 자료(Form 13F)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1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모든 기관투자자는 매 분기 말로부터 45일 이내에 이 양식을 제출해야 한다.
자료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주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주식 90만1768주를 매입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2월 말부터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은 버크셔의 10대 보유 종목에 들어갈 정도로 보유 지분이 늘어난 상황이다. 아울러 액티비전블리자드, HP, 애플, 씨티그룹도 추가 매수한 반면 대형 은행 웰스파고의 지분은 대부분 정리했다.
WSJ는 "주식시장의 매도세는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나쁜 소식이었지만 워런 버핏과 그의 팀에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보유액은 1063억달러(약 136조원)로 지난해 말의 1467억달러(약 188조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몇 달간 버크셔해서웨이는 셰브론 지분도 늘리는 등 에너지주를 집중 매수했다. 에너지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수혜를 입어 올해 S&P500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분야다. 올 들어 셰브론의 주가는 47%,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주가는 134% 폭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16% 하락했다.
루팔 반살리 아리엘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셰브론과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에 투자한 것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데 베팅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반살리 CIO는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코로나19 초기 보유 비중을 줄였던 은행주도 다시 사들였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에 30억달러(약 3조8355억원)어치에 달하는 씨티그룹 주식 5500만주를 매수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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