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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실적한파"…개발자 몸값 낮추고, 가성비 `중니어` 우대
2022-05-29 17:44:08 

◆ IT업계 인력 군살빼기 ◆

"올해부터 인건비 등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겠다."(최수연 네이버 대표)

"신규 사업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공격적 채용정책 유지의 필요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

지난달 21일 열린 네이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은 한목소리로 채용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시사했다. 당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급증하는 인건비 부담이 실적 악화의 주범이라는 '고해성사'를 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 개발자 채용시장 큰손인 네이버가 기존 공격적인 채용 기조에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사한 비대면 특수가 사라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금리 인상에 인플레이션 공포까지 겹쳐 거시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혹한기에 대비해 인력 거품을 빼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작년만 해도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정보기술(IT) 기업·게임사는 비대면 특수와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잔치, 개발자 구인 대란 속에 대규모 채용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올 들어 전 세계 경영 환경이 급변하자 절대적 고정비용인 인건비 관리를 서두르고 있다.

네이버는 채용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채용 인원을 평년 수준으로 축소하면서 사업 부서에 바로 배치할 수 있는 이른바 '중(中)니어' 인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개발자 채용 시 비전공자라도 '일단 뽑고 보자'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대기업 근무 경험이 있는 인재에 대해서도 현업 부서와 인사담당 부서 간에 꼭 기용해야 하는지 수차례 얘기가 오간다"며 "석박사급 인재 고용 역시 까다로워졌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기술 연구개발자에게도 구체적인 '숫자(수치화한 사업 성과)'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매출로 이어지지 않아도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 논문을 쓰는 것 자체가 성과로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상품·서비스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네이버의 한 고위 임원은 "이처럼 수익성 강화가 발등의 불로 떨어지다 보니 업무 경험이 적은 신입사원 선호도가 확연히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네이버·카카오 출신 개발자에게 파격 처우를 약속하고 경력직 채용에 열을 올렸던 업계 움직임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최근 경력직 개발자 처우 기준을 크게 낮췄다. 그동안 최상위급 개발자에 대해 연봉을 기존 직장 대비 최대 200%까지 인상했는데, 최근 150%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실적 악화 국면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인건비를 종전처럼 느슨하게 관리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게임사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연봉 인상 경쟁과 채용 전쟁을 치렀다. 크래프톤이 700명 넘게 뽑았고, 스마일게이트 500여 명, 넥슨 400여 명, 엔씨소프트 100여 명 등 이례적인 세 자릿수 고용을 단행했다.

그러나 원격근무 여파 등으로 신작 개발이 늦어지고 기존 게임 수익은 떨어지는 가운데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게임사들은 마치 쌍둥이같이 최근 초라한 1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넥슨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는데 인건비가 같은 기간 19% 증가했다. 넷마블 인건비는 1년 사이 30% 급증해 결국 적자를 냈다. 펄어비스도 인건비가 50% 상승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부메랑을 맞았다"며 "큰 장이 섰다가 파한 것처럼 올해는 조용히 채용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게임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넥슨은 작년에 진행한 특별 수시채용을 없애고 올해에는 기존 공채만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테크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분기 실적이 양호했음에도 개발자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메타는 올해 개발자 채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넷플릭스는 전체 직원의 2%에 해당하는 15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추가 감원을 예고했다. 트위터도 채용을 중단하고 교통·체제비, 마케팅비를 비롯한 비용 절감 계획을 세웠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코로나19 호황 덕에 테크기업들이 압축 성장을 하며 고용 규모를 1.5~2배 늘렸는데, 경기 침체 우려로 성장세가 꺾이면서 기업가치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후퇴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2000년 닷컴 버블 때처럼 테크업계 전반에 감원 칼바람이 몰아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국도 작년 말 기준 크래프톤 직원이 2019년 말 대비 2.2배 증가했고 네이버·카카오 또한 같은 기간 1.5배, 엔씨소프트는 1.2배가량 늘었는데, 주가는 전 고점 대비 40~50% 이상 떨어졌다. 지금 고전 중인 미국 테크기업 모습과 닮았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IT기업과 게임사가 사업 확장을 위해 북미·아시아 공략을 선언했지만 성과를 내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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