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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의사보다 의료상식에 의존하는 이유
2022-06-08 06:01:02 



[우리가 몰랐던 북한 시즌2-32] 최근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5월 12일 비상방역체제로 이행하고 매일과 같이 감염자 숫자를 조선중앙TV와 로동신문으로 보도·공개하고 있다. 보통 오후 3시에 시작하던 조선중앙 TV도 5월 16일부터 아침 9시로 방송시간을 바꾸면서 코로나 관련 소식을 시시각각으로 전하고 있다. 관련 방송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망자 중 대부분이 약물의 과다 복용 및 남용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5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여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에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단위별 전염병 확산 자료들과 병경과 특성들이 언급되고 대부분의 경우 과학적인 치료 방법을 잘 알지 못한 데로부터 약물 과다 복용을 비롯한 과실로 하여 인명 피해가 초래된 데 대하여 통보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약물을 남용하고 과다 복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과 함께 정치국 협의회 보고 자료가 말해주는 배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한국처럼 아프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정형외과 등 동네병원이 없다. 또한 약사들과 상담하고 약을 구입할 수 있는 약국도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감기나 열이 나는 것과 같은 경한 병은 집에서 자체로 치료한다. 일반적으로 집안의 어르신들이 알고 있는 의료 상식에 따라 시장에서 약을 구입하거나 민간치료요법에 의존한다.

필자도 2006~2007년 북한 전역에서 확산되었던 홍역에 걸려본 경험이 있다. 당시 고열과 기침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병원에 가거나 의사의 진료를 받은 기억이 없다. 열이 나면 시장에서 구입해온 파라세타몰(해열제)을 복용했고, 일주일이 지나도 기침이 멈추지 않자 마이실린이라는 항생제를 외할머니가 직접 주사해 주었다. 사실 이때는 사람들이 병명도 제대로 몰라 처음에는 성홍열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우리가 알았던 전염병은 홍역이었다.

북한에서 홍역 외에도 수두,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 콜레라, 유행성출혈열 등 다양한 전염병이 돌았지만, 그때마다 일반 주민들이 의존한 것은 국가의료체계나 의사가 아닌 시장의 약장수들과 민간요법이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정보가 돌기도 하고, 의사의 정확한 처방도 없으니 증상을 없애는 것에만 집중하여 보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위장약 등을 간과하기도 한다.

최근 북한 방송에서는 약물 이용 방법과 민간요법 등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는 상식 프로그램들이 하루에도 7번 넘게 방송되고 있다.
예를 들면 열이 날 때 어떤 약을 어떤 시간 간격으로 사용하는지, 항생제를 사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임산부들은 어떤 약을 쓸 수 있고, 어린이들은 또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김만유병원, 옥류아동병원, 평양의학대학 등 북한의 대표적인 의료기관 전문가들과 인터뷰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위의 예처럼 이번 전염병 확산 이후 달라진 것은 북한이 약물 남용과 과다 복용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또 이에 대한 해결책도 적극적으로 내놓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북한의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아직까지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TV에서 알려주는 상식이나 시장에서 구입하는 약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성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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