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용혁 씨(가명)는 요즘 아침 9시면 사무실 옆 화장실로 달려간다. 주식 장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스마트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켜기 위해서다. 근무 시간 중에도 투자 생각에 여념이 없다. 틈날 때마다 인터넷 서핑으로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을 찾고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 정보를 교환한다. 이 씨는 “요즘 직원들 사이 가장 큰 관심사는 올해 프로젝트가 아니라 주식 수익률이다. 쉬는 시간이면 삼삼오오 모여 주식 종목 얘기를 한다. 월급만으로는 돈 모아 집 사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다른 투자처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동학개미운동’을 위시한 주식 투자 열풍이 심상치 않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근로 소득보다 자본 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투자에 관심 갖는 직장인이 빠르게 늘어났다. 물론 직원이 재테크에 열심인 현상 자체를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 단 본업에 소홀하거나 업무에 지장을 준다면 사업자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다.

직장인이 재테크 등 부업에 열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연봉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직장인 1059명을 대상으로 ‘연봉 만족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77.8%가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2030 MZ세대 불만이 높았다. 30대 직장인 비율(19.3%)이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고 20대 직장인 (15.4%)이 뒤를 이었다.



▶임원 승진·월급 인상 의지 없는 MZ세대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을 MZ세대 특성에서 찾는 전문가도 많다. MZ세대는 과거 기성세대보다 소속 직장에 대한 로열티(충성도)가 낮고 월급 인상이나 승진에 대한 의지도 적다는 것이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지난 1월 직장인 8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이루고 싶은 소망으로 ‘연봉 인상’과 ‘승진’을 꼽은 응답자는 전체 6.7%에 불과했다. 반면 ‘건강 관리(19.5%)’ ‘재테크 성공(17.1%)’ ‘자격증 취득(12.8%)’ ‘외국어 습득(12.2%)’ 등 항목의 응답률이 높았다. 한 대기업 고위직 임원은 “요즘 젊은 직원들은 평생직장이나 임원 승진 등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딱 월급 주는 만큼만 일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는 부하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를 본업에 열중시키기 위한 새로운 동기 부여 방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은 “MZ세대는 기업에 맹목적인 충성심을 갖고 있지 않다. 업무가 ‘3미’를 충족할 수 있는지에 따라 충성도가 결정된다. ‘재미’와 ‘의미’ 그리고 ‘나(Me)’다. MZ세대 직원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이런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급이나 성과급을 올려줄 수 없다면, 더 좋은 직장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본업에서 습득할 수 있는 전문성과 특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변 역량을 키워주고 구체적으로 어떤 직장이나 직군으로 옮길 수 있는지까지 안내해주면 오히려 본업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의 진단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7호 (2021.02.24~2021.03.0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