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가장 달라진 조직문화는 ‘재택근무’ 보편화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주요 업무 형태로 채택했지만 효과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재택근무 시스템이 완벽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재택근무가 자리 잡으려면 직원 직무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아울러 성과 평가 측정 방식이 보다 객관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하게 쏠린 관리자의 권한을 팀원에게 위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은 대체로 팀장급이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팀장과 팀원이 수시로 피드백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국계 기업은 팀원 스스로 업무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할 권한이 있어 대면 업무로부터 자유롭다. 재택근무를 위한 새로운 조직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재택근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도 고민해 볼 시점이다. 코로나19 이전 IBM이나 야후 등 일부 글로벌 기업은 재택근무 체제 전환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재택근무를 감행해도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재택근무에 따른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작업이 중요해졌다. 최근 원격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십 명이 모여 화상 회의와 세미나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따라서 지속적인 IT 인프라 개선 역시 중요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재택근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크게 3가지 꼽는다면 통신·클라우드·사이버 보안이다.

통신은 원활한 소통, 클라우드는 정보 공유, 사이버 보안은 기밀 유지 등을 위해 중요하다. 통신 기술은 5G 활성화와 함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클라우드 역시 통신 기술의 발전과 맥을 함께한다. 문제는 보안이다. 보안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해킹 기술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100% 완벽한 보안 기술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보안 우려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의 발전에 따른 보안 문제다. 가령 아마존 알렉사 등 AI 스피커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이 중요한 통화를 엿듣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영국 한 로펌은 집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아마존 ‘알렉사’나 구글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한다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알렉사가 중요 통화 내용을 엿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보안 문제는 바로 PC를 통한 해커 공격이다. 많은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할 때 개인 PC를 이용한다. 회사 밖에서 사내 망에 접속해 근무하면 해커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인 PC는 필수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아 회사 PC보다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미 악성 프로그램에 감염된 개인 PC는 셀 수 없이 많다. 일부 기업은 재택근무 시 회사에서 사용하는 데스크톱 본체를 가져갈 것을 권한다.

재택근무는 물리적 보안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삼성, SK, LG 등 국내 대기업은 사업장 출입 시 까다로운 보안 절차를 가동한다. 외부인뿐 아니라 임직원도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진 촬영을 원천 차단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존 근무 체제에서는 물리적 보안과 사이버 보안을 동시에 할 수 있었지만 재택근무에서는 물리적 보안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며 “재택근무를 장기간 시행하는 상황에서 보안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7호 (2021.02.24~2021.03.0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