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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돋보기] `제왕적 권한` 정비사업 조합장…해임문턱 높이려는 이유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개별로 이뤄지던 건축·교통·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한 번에 받을 수 있게 하는 `통합심의`를 도입할 예정인 모양이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면 정비사업 진행이 촉진되고 그만큼 사업의 불확실성도 낮출 수 있으니 정비업계도 대단히 반길 만한 일이다.

인허가 절차에서의 촉진 룰 도입은 각종 개발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할 가능성이 크지만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분야에서는 행정청의 인허가 절차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조합 내부 조직의 안정성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그 명칭 때문에 민법상 조합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관련 법령상 법인 설립이 강제된다. 민법상 조합이 `동업자들의 모임` 정도로 취급돼 단체로서의 독립성이 약한 반면, 법인은 단체 그 자체로 독자적 인격을 부여받는다.

단체가 법인격을 취득한다고 해도 자유롭게 의사를 형성하고 활동할 수 있는 유기체로서의 자연인과는 다르다. 법인의 사회·경제·법적 활동은 결국 자연인의 활동 패턴을 부분적으로 모방한 기관을 설치하고 그 `기관`을 통하는 수밖에 없다.

법인으로서의 재개발·재건축 조합도 마찬가지다. 조합의 의사결정은 조합원 총회가, 그 의사를 실현하는 집행은 조합장이 나누어 담당하는 구조다. 그 외에 대의원회, 이사회 등의 기관이 존재하지만 대의원회는 조합원 총회를 보조하는 하위 의사결정 기능을, 이사회는 조합장을 보좌하는 집행 보조 기능을 담당해 조합원 총회나 조합장에 비추어 기능적 중요도는 떨어진다.

조합원 총회는 조합원 전체로 구성되기에 조직의 안정성을 따로 거론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집행기구인 `조합장`이다. 집행기구의 특성상 반드시 자연인 1인이 조합장 지위를 담당하여야 하므로 조합장의 무능이나 부패 등 개인적 리스크가 곧 정비사업 자체의 리스크와 직결된다. 조합장을 단순히 집행기구로 파악하는 것도 올바른 분석으로 보기 어렵다.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하여야 하는 중요한 안건의 실질적 내용을 구성하는 역할이 사실상 조합장에게 맡겨져 있고 조합원 총회의 소집권한 역시 조합장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합장은 사실상 집행 기능과 의사결정 기능을 함께 보유한 제왕적 지위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비슷한 사업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구역이라고 해도 조합장 개인의 역량이나 리더십의 차이에 따라 실제 사업 진행 상황이 조합별로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업 진행에 관련된 모든 위험 요소를 조합장에게 덤터기 씌우기도 어렵지 않다. 시장 상황이나 인허가 절차 등 조합장 개인 역량과 별 관련 없는 구조적인 원인 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경우조차 조합장 개인의 부패와 무능으로 몰아가 조합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교체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우려되는 것은 조합장 교체가 단기간에 깔끔하게 이루어지는 법이 거의 없어 사업 지연과 불확실성 증대의 또 다른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조합장 교체는 사업 전체의 방향 변경을 초래하고 시공자나 설계자 등 기존 업체 전체의 물갈이로 연결되기도 하는 구조적 변화 요인이다. 나라 전체를 놓고 비유하자면 기존 대통령의 탄핵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선임되고 그렇게 선임된 대통령이 다시 탄핵되고 새로운 선임이 이어지는 극단적 상황의 연속이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는 얼마든지 연출될 수 있다.

해임된 조합장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해임총회 개최 금지, 증거보전, 해임결의 효력정지, 해임결의 무효확인 등 해임 관련 전형적 소송들이 줄을 잇는다. 지극히 한국적인 `삼세판` 심리와 고소·고발로 촉발되는 형사 소송까지 보태지면 오로지 조합장 해임과 선임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만으로 몇 년의 세월을 소모할 수도 있다.

이렇듯 손쉽게 조합장이 해임되고 조합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데에는 도시정비법과 법원의 해석도 한몫한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원 10%의 협조를 얻은 자가 직접 조합장 해임을 위한 총회를 열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조합원의 동의 10%만 얻으면 해임총회에서만큼은 조합장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합장이 엄청난 비리나 특별한 잘못을 저질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조합의 정관은 예외 없이 `직무유기 및 태만, 법령 및 정관 위반으로 부당한 손해 초래`라는 해임 사유를 명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송에서 해임 사유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는 재판부는 없다.

조합과 조합장 간 법률관계를 위임으로 보아 특별한 사유 없이도 얼마든지 해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오를 확인할 만한 객관적 증거나 자료 없이도 해임이 가능해지는 법률적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는 재판부도 있다. 해임총회에는 다른 모든 총회에 요구되는 조합원 직접 참석 요건조차 필요 없다고 해석해 주는 것이다. 조합장 해임은 가급적 수월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기본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어쨌거나 조합이 겪게 될 혼란과 사업 지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합장 해임 이슈는 모든 조합에 잠재하는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조합장 해임을 어렵게 만들 수만도 없다. 조합장의 무능과 부패 역시 잦은 조합장 교체와 마찬가지로 사업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입법과 해석론은 결국 정비사업 현장에서의 갈등과 그 해결에 관한 사례가 충분히 축적되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해임총회 소집을 위한 조합원 요구 비율을 기존 10%에서 20%로 강화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 움직임은 서울시의 통합심의 소식 못지않은 의미가 있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1-10-15 04:03:0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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