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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1년 07월 20일 (화) 22시 00분 확대확대 축소축소 프린트프린트 모바일모바일 목록목록

슬금슬금 빠지는 집값…세종시에 무슨 일이

‘쿵쾅쿵쾅’.

지난 7월 12일 찾아간 세종시는 마치 도시 전체가 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종시 1-5생활권 세종대성고 인근에서는 한뜰마을5단지 린스트라우스 주상복합단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총 465가구로 내년 11월 완공이 목표다. 인근 세종중흥S클래스센텀뷰(576가구)도 올 10월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빛가람수변공원을 건너 나성동에 진입하면 대규모 입주 단지가 펼쳐진다. 올 초 입주한 리더스포레1단지(나릿재마을1단지)를 필두로 나릿재마을에 후속 단지가 속속 입주하고 있다. 마침 이날 오전에는 한신더휴리저브6단지(나릿재마을6단지) 입주자 사전 점검을 하고 있었다. 단지 인근 도로 곳곳에 ‘구경하는 집 구합니다’ 플래카드를 내건 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나성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나성동 일대에 대규모 단지가 입주하면서 주택 공급 물량이 급증했다. 다만 세종시 집값이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는 분위기라 거래 수요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 매매가 상승세 주춤

▷실거래가 1억~2억원 하락 단지 속출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자랑했던 세종 부동산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올 들어 주요 단지 매매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는가 하면 거래도 뚝 끊겼다. 최고가 대비 1억~2억원씩 급락한 단지가 속출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종촌동 가재마을9단지한신휴플러스리버파크 전용 96㎡는 6월 7억5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말 최고가(9억4000만원) 대비 1억9000만원 하락했다.

인근 단지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가재마을12단지중흥S클래스센텀파크2차 전용 84㎡는 지난 6월 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1월 기록한 최고가(8억5000만원) 대비 1억1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주요 단지가 몇 달 새 억 단위 하락세를 보이면서 세종시 일대 부동산이 술렁이는 분위기다. 종촌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수 수요가 몰려 높은 가격에도 속속 거래됐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춘 급매물을 쏟아내면서 상승세가 꺾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시 인기 주거 지역으로 꼽히는 새롬동도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새롬동 새뜸마을4단지캐슬앤파밀리에 전용 100㎡는 최근 9억2000만원에 거래돼 10억원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12월 매매가(10억5000만원)와 비교하면 하락폭이 1억3000만원에 달한다. 도담동 도램마을15단지힐스테이트 전용 84㎡ 역시 5월 중순 8억4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난 1월 기록한 최고가(9억5000만원)와 비교하면 1억원 넘게 떨어진 금액이다.

▶세종시 아파트 가격 하락 이유는

▷입주 물량 쌓이고 천도론 기대 꺾여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종시는 전국에서 매우 핫한 지역 중 한 곳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세종 아파트값은 무려 42.7%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세종시 집값이 급등한 것은 ‘천도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국회와 청와대, 서울에 남아 있는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주장했다.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서울,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회의 완전 이전을 목표로 하는 단계적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세종 집값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정부세종청사 인근 단지 전용 84㎡ 매매가는 줄줄이 10억원을 돌파했고 호가는 13억원에 달할 정도로 뛰었다. 가히 서울, 수도권 집값에 맞먹을 정도였다. 집값이 급등하다 보니 청약 경쟁률도 치솟았다. 세종시 고운동(1-1생활권) M8블록에 들어서는 한림풀에버 1순위 청약에만 2만5910명이 몰려 평균 청약 경쟁률이 153 대 1에 달했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지난 6월 28일 기준 세종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3% 하락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한 하락세다. 5월 셋째 주에 0.1% 떨어진 이후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사이 전국 곳곳 집값이 가파르게 뛴 것을 감안하면 세종 집값 하락세는 더욱 이례적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값은 9.97% 상승해 이미 지난해 상승률(9.67%)을 넘어섰다. 수도권 아파트값도 상반기 12.94% 올라 2002년(16.51%) 이후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종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주택 공급 물량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올해 세종시 입주 물량은 7668가구로 지난해(4062가구)보다 2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6월 세종리더스포레2단지(845가구)를 필두로 연말까지 신규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8월에는 나성동 한신더휴리저브(1031가구), 9월 제일풍경채위너스카이(771가구)가 입주를 앞뒀다. 10월에는 1200가구 대단지인 집현동 자이e편한세상(새나루마을1단지)이 집들이할 예정이다.

주택 공급이 늘면서 세종시는 어느새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뀐 상태다. 지난해만 해도 인기 단지 매물이 귀해 나오는 족족 거래됐지만 올해는 매물이 점차 쌓여가는 모습이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물(매매 기준)은 올 초 3080건 수준이었지만 7월 1일 기준 3934건으로 30%가량 늘었다. 이 때문에 세종시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올 6월 기준 85.7로 2019년 7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에서는 세종시 아파트 공시 가격이 급등하면서 높은 보유세 부담 탓에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 가격은 70.6% 올라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가 조정을 받았지만 전셋값도 동시에 하락세라 갭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종 아파트 전세 가격은 6월 넷째 주 0.01% 떨어져 4월 셋째 주 이후 11주 연속 하락세다. 새롬동 새뜸마을4단지캐슬앤파밀리에 전용 100㎡의 경우 매매가는 9억2000만원, 전셋값은 3억8000만원 수준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40%에도 못 미친다. 갭투자를 할 경우 최소 5억원 넘는 현금이 필요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세종시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집값이 급등했지만 단기간에 지나치게 오른 만큼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지인 투자 비율도 감소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세종 아파트 매매 거래 369건 중 외지인 거래가 165건(44.7%)이었다. 올 초 세종시 집값이 급등했을 때까지만 해도 외지인 거래 비율이 50.9%에 달해 집값 상승세에 일조했지만 이 비율이 떨어진 셈이다.

이 공백을 실수요가 채워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형편이다. 공무원 특별공급 시세차익 논란에 정부가 세종 청약 제도를 손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래 전국 아파트 청약 물량은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100% 할당한다. 하지만 세종은 예외다. 전체 물량의 50%는 세종 주민에게 돌아가지만 나머지 50%는 그 외 전국 거주자들도 신청할 수 있었다. 행정수도로 지정된 세종 인구 유입을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공무원 특별공급 시세차익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세종 청약제도 개선에 나섰다. 공무원 특별공급을 폐지하고 전국 거주자에게 돌아가는 청약 물량 비중을 낮추는 등의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한태욱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종시 집값은 짧은 시간에 급등한 후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투기 수요가 몰린 데다 정부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만큼 향후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매수, 매도 호가 차이가 큰 상황에서 대선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따라 세종시 집값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시 집값 하락 메시지는

▷공급 정책이 핵심, 자족기능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전국에서 가장 ‘불장’이었던 세종시 집값 급락이 주는 메시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공급이 가장 효과적인 부동산 정책이라는 점이다. 세종시 입주 물량은 지난해 5600가구에서 올해 7668가구로 급증한 데다 분양 일정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7월 세종 6-3생활권 L1블록 세종자이더시티 청약을 필두로 하반기에만 3600가구 넘는 분양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물량이 2~3년 후 입주하면 당분간 공급 과잉에 시달릴 우려가 크다. 세종시는 택지를 충분히 확보한 계획도시인 만큼 주택 공급 여력이 높아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한없이 뒤따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은 “세종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신규 분양도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 서울,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세종처럼 수요가 몰리는 인기 지역에 대규모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둘째, 자족기능이 부족한 신도시는 언제든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이다. 한동안 행정수도 개념의 세종시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인구가 늘고 부동산 시장도 들썩였다. 대전 주민들이 세종 신축 아파트를 대거 구입하는 등 인근 수요를 빨아들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세종시 인구는 꾸준히 늘어 어느새 36만명을 넘어섰지만 일자리 부족, 집값 급등으로 20~30대 인구가 감소하면서 증가세가 주춤한 양상이다.

젊은 층이 세종시를 빠져나가는 것은 상권 등 제대로 된 기반 시설이 형성되지 못한 것도 영향을 줬다. 세종시 곳곳을 다니다 보면 1층에도 ‘임대 문의’ 팻말을 붙여놓은 빈 상가를 쉽게 볼 수 있다. 아파트는 밀집했지만 다양한 상가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세종시 주민들은 대전 등 인근 도시로 이동해 쇼핑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세종시에는 숙박업소도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출장 온 공무원은 세종시가 아닌 대전, 청주 등 인근 도시에서 숙박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세종시는 국립세종수목원, 세종호수공원 등 다양한 관광 시설을 보유했지만 관광도시로서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공실에 시달리는 세종시 상가를 게스트하우스나 비즈니스호텔 같은 숙박업소로 바꿔야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종 진입 수요가 대전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학군이 우수하고 기업 일자리 등 직주근접 경쟁력을 갖춘 대전 중심지 신규 분양 아파트가 늘면서 이들 수요가 점차 대전으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대전 명문 학군 지역으로 손꼽히는 서구 둔산동 대장주 크로바아파트 전용 114㎡는 지난 4월 14억8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3월 분양한 대전 중구 한신더휴리저브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3.86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종시는 정부청사 공무원을 수용할 주택이 이미 충분한 상태고 기업 일자리 등 신규 수요를 찾아보기 어려워 공급 과잉 우려가 크다. 지난해 내내 세종 아파트 매매가가 급등하면서 대전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 굳이 세종으로 옮겨갈 유인이 사라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대전-세종시의 관계는 마치 서울, 수도권 신도시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수도권 신도시 개발에 속도를 내지만 기업 일자리를 갖추지 못한 채 공급 물량만 급증하면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언제든 서울에 수요를 뺏길 수 있다는 의미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만큼 수도권 신도시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정책에 유의해야 한다. 신도시 공급보다 서울 도심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세종시가 행정수도로서 성장하려면 자족기능부터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세종시는 단순한 행정도시 콘셉트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생활 기반 인프라 시설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다양한 기업 유치를 통해 소비 인구를 유입시켜 도시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다. 수도권 신도시를 개발할 때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아파트를 짓기 전 교통망, 교육, 문화, 생활편의 시설 등 기본 인프라부터 우선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태욱 교수의 분석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8호 (2021.07.21~2021.07.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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