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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1년 09월 03일 (금) 17시 51분 확대확대 축소축소 프린트프린트 모바일모바일 목록목록

LH 해체 수준으로 개혁한다더니…무차별 낙하산 쏟아졌다

◆ 낙하산 보은인사 기승 ◆

올 들어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 선임한 기관장과 상임·사외이사(감사) 가운데 이른바 `캠코더(문재인 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의혹 인사가 최소 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낙하산 이사진의 부실한 경영 감시가 도마에 올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5월까지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던 김유임 전 여성가족비서관이 지난달 LH 비상임이사에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책특보를 지냈던 권정순 변호사도 사외이사로 임명되는 등 정권 말 `우리편 자리 챙기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을 보은 목적으로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면 해당 기관 직원들과 갈등이 커지고 조직이 망가질 것으로 우려됐다.

3일 매일경제가 공공기관 알리오 공시를 기준으로 비금융 공기업·준정부기관 127곳에서 올해 선임한 기관장과 상임·사외이사 456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중 15.8%인 72명이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이나 더불어민주당, 친여 시민사회단체 인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기업·정부기관 47곳의 기관장을 물갈이하는 과정에서 친여 성향 정치인·정부 인사 10명이 자리를 꿰차며 5명 중 1명꼴로 보은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6월 임명된 황서종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까지 인사혁신처장을 지낸 현 정부에서 중용한 인사다. 재임기간 공직자 부동산 투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다시금 공무원연금공단 수장으로 기용됐다.

4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수장직에 오른 권형택 사장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연줄이 닿아 있다. 권 사장은 2010~2012년 인천시장 특별보좌관(경제·금융·투자 분야)을 지냈는데 당시 시장이 송 대표였다. 김춘진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기동창으로 치과의사 출신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엽관제(spoil system)를 하더라도 정말 직책과 관련이 없거나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을 앉히지 않는다"며 "그저 자기를 위해서 선거 때 일해준 사람들한테 주는 보은 성격으로 인사를 하는 전근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공기업 둘중 한곳 `캠코더` 인사…막판 `알박기`에 조직 흔들

공기업·준정부기관 127곳 인사 분석해보니

한달에 1~2회 회의 참석하고
수천만원 연봉 받는 사외이사
310명중 42명이 親文 낙하산
상임이사·감사도 20명 달해

"비전문가가 자리 꿰차면
인재 허탈감에 경쟁력 추락"
보은인사방지法은 국회 낮잠

올해만 비금융 공기업·준정부기관 두 곳 중 한 곳꼴로 `캠코더(문재인 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기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문재인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임기 말 `보이지 않는 낙하산`으로 불리는 비상임이사 자리에 보은인사 격으로 대거 친여 성향 인사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과 능력도 없는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공공기관은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민간의 인재들은 자리를 빼앗기면서 결국 국가 전체 경쟁력이 추락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3일 매일경제신문이 공공기관 알리오 공시자료를 기준으로 국내 전체 비금융 공기업·준정부기관 127곳을 분석한 결과 올해 선임된 비상임이사 총 310명 가운데 42명에서 캠코더 인사 의혹이 포착됐다. 상임이사·감사 99명 중에선 20명이 해당됐다.

문재인정부가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새롭게 선임된 캠코더 인사들은 21대 총선 낙선자나 여당 의원의 보좌관, 최근 서울시장 교체로 자리를 잃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인사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북 출신이자 변호사인 김영 국민연금공단 상임감사는 2013~2014년 전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던 인물이다. 박양숙 국민연금공단 상임이사(복지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기간 동안 민주당 소속 서울시 의원으로 민주당 서울시당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8년에는 서울시 정무수석을 지냈고,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천안병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승천 한국장학재단 상임감사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구시당 선대위원장을 맡았으며 2016년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무수석비서관으로도 활동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대구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이강진 한국철도공사 상임감사위원은 1995년부터 이해찬 전 민주당 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이춘희 세종시장의 총괄선대위본부장을 맡아 당선을 도왔다. 지난 8월 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에 임명된 최재한 이사는 민주당 친문재인(친문) 의원들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4.0연구원의 사무총장이다.

변호사 출신인 김애경 씨는 2019년 1월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으로 일하다 건강상 이유로 이듬해 사임한 뒤 올해 5월부터 그랜드코리아레저 상임감사로 일하고 있다. 양현미 한국관광공사 비상임이사는 2019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청와대 문화비서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 올해 1월부터 한국도로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김택수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은 2017년 19대 대선후보 민주당 경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캠프 법률지원단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그는 작년에 당 대표에 도전했던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캠프에서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선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지난 3월 비상임이사가 됐다. 그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사무처 팀장 출신이다. 코바코는 현 정권 들어서 직전까지 김유진 민언련 이사가 코바코 비상임이사로 활동을 하고 신 이사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도 눈길을 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오선희 비상임감사가 2월 선임됐는데, 조국 전 장관 시절 법무부 검찰개혁위원을 지냈다. 원자력환경공단 비상임감사로 8월 선임된 한택근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는 민변의 주축으로 2014년 제11대 민변 회장직을 맡았다. 지난해 말엔 추미애 전 법무장관 변호인단에 합류해 화제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공기업과 공공기관 임원 인사제도를 차등화해 운영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의 경우 동일하게 운영되던 공공기관 임원 인사제도를 2017년부터 기관과 직위 특성에 따라 `주요임명(significant appointment) 적용 기관`과 `공개경쟁채용 면제 기관`으로 구분해 차등화된 임원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 초에는 `물갈이` 명분으로, 정권 말에는 `보은` 명분으로 연례 행사처럼 쏟아지는 보은인사에 정부나 공공기관들은 속수무책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조차 문제의식을 갖고 법까지 발의했지만 `자승자박`으로 느끼는 국회는 여나 야나 모두 관심이 없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기자 / 백상경 기자 / 전경운 기자 / 오찬종 기자 / 양연호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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