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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1년 09월 08일 (수) 22시 12분 확대확대 축소축소 프린트프린트 모바일모바일 목록목록

제 발등 찍은 엔씨소프트…돈 써야 이기는 게임에 소비자 등 돌렸다

게임 명가라 평가받던 엔씨소프트가 위기에 빠졌다.

엔씨소프트는 1998년 PC 게임 ‘리니지’를 선보여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리니지M’ ‘리니지2M’ 등 다양한 히트작을 내놓으며 한국 대표 게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게임 업계는 엔씨소프트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2월 초 진행한 2020년 실적 발표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는 소식이 날아들며 기대감이 형성됐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매출 2조4162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8248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72% 증가했다. 리니지 시리즈가 구글 플레이 국내 매출 1, 2위 자리를 유지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한 덕분에 거둔 결실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게임 수요가 늘어난 것도 힘을 실어줬다. 리니지 시리즈가 순항하는 가운데 ‘트릭스터M’ ‘블레이드&소울2’ 등 새 게임이 나오면서 다시 한 번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주요 신작이 베일을 벗은 지금, 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트릭스터M은 5월 서비스 시작 직후 한때 구글 플레이 매출 3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8월 말 기준 40위권으로 밀려났다. 8월 26일 시장에 나온 블레이드&소울2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현금 결제 유도가 과하고 기존 게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차별점이 없다는 혹평이 나온다. 리니지 시리즈는 카카오게임즈가 운영하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실적도 부진하다. 상반기 매출은 1조51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줄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45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695억원으로 감소했다.

고공행진하던 엔씨소프트가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 1 과도한 리니지 의존증

전문가들은 리니지에 과하게 의존한 것이 독이 됐다고 지적한다.

리니지는 엔씨소프트 간판 IP다. 1998년 PC 게임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리니지2’ ‘리니지M’ ‘리니지2M’ 등 여러 가지 버전으로 등장하며 수많은 ‘린저씨(리니지 하는 아저씨)’를 양산해냈다. 블레이드&소울, 아이온을 비롯한 다른 IP도 물론 보유하고 있으나 리니지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실적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분기 기준 매출의 77%가량이 리니지 IP를 활용해 만든 게임에서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리니지 IP가 차지하는 비율은 앞으로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엔씨소프트는 8월 올해 안에 ‘리니지W’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리니지W는 약 4년 동안 개발한 작품으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

PC·콘솔 게임 ‘프로젝트TL’도 2022년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TL은 ‘더 리니지’를 뜻한다. 2016년 개발이 중단된 ‘리니지 이터널’을 계승하는 작품이다. 올해 3분기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잠정 연기된 ‘리니지 클래식’ 역시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리니지W와 프로젝트TL, 리니지 클래식까지 포함하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를 활용한 게임 7개를 보유하게 된다.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리니지2 레볼루션’을 합치면 8개나 된다.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기보다는 성공 이력이 있는 기존 IP만 재활용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게이머 사이에서는 ‘또 리니지냐’ ‘사골 리니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리니지는 충성도가 독보적으로 높은 콘텐츠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피로도가 높아지며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새 간판 IP를 발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원인 2 늘어나는 비용

실적 성장은 정체됐는데 비용은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도 리스크 요인이다.

올해 들어 엔씨소프트 수익성 지표는 눈에 띄게 악화됐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6.1%로 지난해 상반기 35.5%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인건비가 오른 것이 수익성을 끌어내린 결정적인 원인으로 파악된다. 올해 초 넥슨과 넷마블, 크래프톤을 비롯한 주요 게임 기업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직원 연봉을 올렸다. 엔씨소프트 역시 여기에 동참해 개발직군 연봉은 1300만원, 비개발직군은 1000만원 이상씩 인상했다.

직원 수도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엔씨소프트 직원은 총 4506명. 5년 전인 2016년 상반기 말 2538명에서 약 2000명 증가했다. 직원 수가 늘고 연봉이 오르면서 총 인건비 또한 증가세다. 엔씨소프트 인건비는 2018년 5364억원에서 이듬해 5551억원, 지난해 7182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상반기 인건비는 418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741억원에 비해 약 12% 증가했다.

마케팅 비용 역시 꾸준히 늘어난다. 대형 신작이 없었던 2018년에는 582억원에 불과했으나 ‘리니지2M’이 나온 2019년에는 107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에는 1270억원을 지출했고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1100억원 이상을 마케팅에 투입했다. 8월 블레이드&소울2를 선보인 데다 연내 리니지W를 내놓을 계획인 만큼 하반기에도 대규모 마케팅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 보인다.



▶원인 3 글로벌 시장 공략 실패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실패했다는 점도 성장세가 꺾인 원인으로 언급된다.

엔씨소프트는 유독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다. 2021년 2분기 기준 국내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6%에 달한다. 1분기에는 81%가 넘었다. 세계적인 IP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은 국내 시장 비중이 6%에 불과하다. 넷마블 역시 2분기 기준 국내 매출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엔씨소프트가 ‘내수용’ 회사로 전락한 결정적인 이유는 현지화 전략 부재다.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리니지를 활용해 세계 시장에 도전했지만 실패만 맛봤다. 일본·대만을 제외하고는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아이온’도 참패를 면치 못했다. 특히 세계 양대 게임 시장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서구권 국가 시장을 담당하는 자회사 엔씨웨스트홀딩스는 2015년부터 6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비싼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하기 어렵고 게임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높은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 경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한국식 스타일을 내세운 엔씨소프트 게임은 미국 소비자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 중국에서도 엔씨소프트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회사 실적에서 따로 집계하지 않을 정도다.

시장 다변화에 실패하다 보니 위기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 상황에 따라 회사 명운이 갈리는 일이 빈번하다. 올해 2분기 ‘오딘’ ‘제2의 나라’ 등으로 소비자가 쏠리면서 리니지M, 리니지2M의 국내 매출이 급감하자, 엔씨소프트 전체 실적이 휘청거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시장 다변화로 위기를 극복한 크래프톤과 극명히 대비된다.

2017년 선보인 배틀그라운드가 돌풍을 일으켜 승승장구하던 크래프톤은 2018년 배틀그라운드와 비슷한 배틀로얄(최후의 승자가 가려질 때까지 경쟁하는 방식) 장르 게임 ‘포트나이트’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포트나이트가 인기를 끌며 배틀그라운드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하락했지만 크래프톤 실적은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다. 미국 외에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해외 시장을 개척한 덕분이다.

원인 4 누적된 악덕 기업 이미지

‘게임 회사가 아니라 카지노 회사’ ‘게이머를 존중하지 않는 회사’.

엔씨소프트를 바라보는 국내 여론이다. 과한 현금 결제 유도, 소비자와의 소통 부재로 인해 쌓인 부정적 이미지는 회사 경쟁력까지 갉아먹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기대된다’는 반응보다는 ‘이번에는 어떤 도박 기계를 만들었는지 구경해보자’는 조롱이 먼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미지 하락은 엔씨소프트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특히 올해 초 ‘문양 롤백’ 사건 때 보여준 불통 대응이 치명타가 됐다. 문양 롤백 사태는 게임 내에서 쓰는 문양 아이템을 소비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업데이트했다가 다시 취소한 사건이다. 이때 현금을 내고 문양 아이템을 구입한 이용자들이 업데이트 취소에 따른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 논란이 됐다. 보상을 제대로 해달라는 소비자 요구를 회사는 묵살했다. 리니지M에 1억6000만원을 쏟아부은 유저가 항의하기 위해 판교 엔씨소프트 본사에 직접 방문까지 했지만 회사는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해당 유저가 엔씨 측의 무성의한 대응을 유튜브에 폭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 사건 이후 충성심 강한 리니지 유저층, 이른바 ‘린저씨’마저 리니지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6월 리니지를 대체할 만한 게임 ‘오딘’이 나오자 ‘린저씨’들은 미련 없이 리니지M을 떠나갔다.

▶위기 극복하려면

▷‘리니지 공식’에서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엔씨소프트가 위기를 벗어나려면 리니지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리니지 시리즈는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하기 어렵도록 설계됐다. 상당수 게이머는 성능이 좋은 아이템을 받기 위해 구매를 반복한다. 엔씨소프트는 이 시스템을 트릭스터M, 블레이드&소울2 등 다른 게임에도 적용해왔다. 과거에는 이 방식이 통했지만 최근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가 늘며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니지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유저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이 블레이드&소울2를 통해 극명하게 확인됐다. 다음 작품 또한 기존의 공식을 따라간다면 유저로부터 완전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영진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 역시 “엔씨소프트는 이제 더 이상 국내 게임 유저나 개발자 눈높이가 리니지 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유저 친화적 수익 모델과 IP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인공지능(AI), 네트워크 등 게임 관련 기술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회사다. 이 원천 기술력을 활용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야구 커뮤니티 앱 ‘PAIGE’다.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PAIGE는 야구 경기 중계, 팀별 팬 커뮤니티 기능, AI 기사 분석 등 다양한 기능으로 호평을 받는다.

“게임을 의료 목적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치료제, AI를 활용한 음성 인식 기술 등은 엔씨소프트가 단연 ‘톱’이다. 그동안 당장 돈이 되는 리니지식 게임에만 집중하느라 이런 기술력을 못 살렸다. 최고경영진과 주주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전략을 짜야 한다. 원천 기술력을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의 진단이다.

흔들흔들 엔씨, 주가는 어디로

당분간 반등 어렵다…리니지W 성과 지켜봐야

‘지난해 2조 클럽에서 올해 바로 3조 클럽으로’ ‘글로벌 게임사로의 탈바꿈 원년’ ‘냉정하게 봐도 반드시 투자 비중을 늘릴 시점’.

올해 1~2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엔씨소프트 보고서 제목이다.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 주가가 110만~140만원대에 안착할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였다. 목표주가로 175만원을 제시한 보고서도 있었다. 1월 90만원대였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2월 한때 100만원을 넘어서며 눈높이에 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다. 하반기 들어 70만원대 후반~80만원대 중반에서 움직이다 블레이드&소울2가 서비스를 시작한 8월 26일 70만9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전일 대비 15.3% 급락했다.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9월 2일 기준 63만3000원까지 빠졌다.

증권가 시각 역시 달라졌다.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8월 중순 90만~130만원대에 형성됐던 목표주가는 8월 말 70만~80만원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삼성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바꿨다. 외국계 증권사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맥쿼리는 목표주가를 85만원에서 62만원으로, 투자 의견은 매수에서 매도로 조정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목표주가를 100만원에서 77만원으로 낮췄다. 투자 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JP모건 역시 목표주가를 77만원에서 63만원으로 인하했다. 투자 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올해 발표한 신작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 연간 실적 전망치를 낮추는 것이 불가피해졌고 리니지W 흥행 여부를 지켜봐야 반등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블레이드&소울2 초기 성과가 부진하다. 3분기에는 일평균 매출 35억원, 4분기에는 3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3분기 10억원, 4분기 8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오딘’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기존 게임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11월 서비스 시작이 예상되는 리니지W가 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때까지 의미 있는 주가 상승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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