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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1년 09월 13일 (월) 10시 19분 확대확대 축소축소 프린트프린트 모바일모바일 목록목록

원인2. 글로벌 시장 공략 실패와 누적된 악덕 기업 이미지

▶원인 3 글로벌 시장 공략 실패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실패했다는 점도 성장세가 꺾인 원인으로 언급된다.

엔씨소프트는 유독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다. 2021년 2분기 기준 국내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6%에 달한다. 1분기에는 81%가 넘었다. 세계적인 IP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은 국내 시장 비중이 6%에 불과하다. 넷마블 역시 2분기 기준 국내 매출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엔씨소프트가 ‘내수용’ 회사로 전락한 결정적인 이유는 현지화 전략 부재다.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리니지를 활용해 세계 시장에 도전했지만 실패만 맛봤다. 일본·대만을 제외하고는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아이온’도 참패를 면치 못했다. 특히 세계 양대 게임 시장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서구권 국가 시장을 담당하는 자회사 엔씨웨스트홀딩스는 2015년부터 6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비싼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하기 어렵고 게임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높은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 경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한국식 스타일을 내세운 엔씨소프트 게임은 미국 소비자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 중국에서도 엔씨소프트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회사 실적에서 따로 집계하지 않을 정도다.

시장 다변화에 실패하다 보니 위기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 상황에 따라 회사 명운이 갈리는 일이 빈번하다. 올해 2분기 ‘오딘’ ‘제2의 나라’ 등으로 소비자가 쏠리면서 리니지M, 리니지2M의 국내 매출이 급감하자, 엔씨소프트 전체 실적이 휘청거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시장 다변화로 위기를 극복한 크래프톤과 극명히 대비된다.

2017년 선보인 배틀그라운드가 돌풍을 일으켜 승승장구하던 크래프톤은 2018년 배틀그라운드와 비슷한 배틀로얄(최후의 승자가 가려질 때까지 경쟁하는 방식) 장르 게임 ‘포트나이트’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포트나이트가 인기를 끌며 배틀그라운드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하락했지만 크래프톤 실적은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다. 미국 외에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해외 시장을 개척한 덕분이다.

원인 4 누적된 악덕 기업 이미지

‘게임 회사가 아니라 카지노 회사’ ‘게이머를 존중하지 않는 회사’.

엔씨소프트를 바라보는 국내 여론이다. 과한 현금 결제 유도, 소비자와의 소통 부재로 인해 쌓인 부정적 이미지는 회사 경쟁력까지 갉아먹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기대된다’는 반응보다는 ‘이번에는 어떤 도박 기계를 만들었는지 구경해보자’는 조롱이 먼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미지 하락은 엔씨소프트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특히 올해 초 ‘문양 롤백’ 사건 때 보여준 불통 대응이 치명타가 됐다. 문양 롤백 사태는 게임 내에서 쓰는 문양 아이템을 소비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업데이트했다가 다시 취소한 사건이다. 이때 현금을 내고 문양 아이템을 구입한 이용자들이 업데이트 취소에 따른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 논란이 됐다. 보상을 제대로 해달라는 소비자 요구를 회사는 묵살했다. 리니지M에 1억6000만원을 쏟아부은 유저가 항의하기 위해 판교 엔씨소프트 본사에 직접 방문까지 했지만 회사는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해당 유저가 엔씨 측의 무성의한 대응을 유튜브에 폭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 사건 이후 충성심 강한 리니지 유저층, 이른바 ‘린저씨’마저 리니지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6월 리니지를 대체할 만한 게임 ‘오딘’이 나오자 ‘린저씨’들은 미련 없이 리니지M을 떠나갔다.

▶위기 극복하려면

▷‘리니지 공식’에서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엔씨소프트가 위기를 벗어나려면 리니지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리니지 시리즈는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하기 어렵도록 설계됐다. 상당수 게이머는 성능이 좋은 아이템을 받기 위해 구매를 반복한다. 엔씨소프트는 이 시스템을 트릭스터M, 블레이드&소울2 등 다른 게임에도 적용해왔다. 과거에는 이 방식이 통했지만 최근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가 늘며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니지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유저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이 블레이드&소울2를 통해 극명하게 확인됐다. 다음 작품 또한 기존의 공식을 따라간다면 유저로부터 완전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영진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 역시 “엔씨소프트는 이제 더 이상 국내 게임 유저나 개발자 눈높이가 리니지 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유저 친화적 수익 모델과 IP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인공지능(AI), 네트워크 등 게임 관련 기술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회사다. 이 원천 기술력을 활용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야구 커뮤니티 앱 ‘PAIGE’다.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PAIGE는 야구 경기 중계, 팀별 팬 커뮤니티 기능, AI 기사 분석 등 다양한 기능으로 호평을 받는다.

“게임을 의료 목적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치료제, AI를 활용한 음성 인식 기술 등은 엔씨소프트가 단연 ‘톱’이다. 그동안 당장 돈이 되는 리니지식 게임에만 집중하느라 이런 기술력을 못 살렸다. 최고경영진과 주주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전략을 짜야 한다. 원천 기술력을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의 진단이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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