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 재계를 대표해 `신(新)기업가정신`을 선포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를 출범시켰다. 신기업가정신을 담은 선언문에 서명한 기업인 76명이 협의회 초대 위원 역할을 맡게 되며 조만간 위원장도 선임할 계획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4일 서울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선포식에서 "신기업가정신이 보다 확산되도록 협의회를 신설하기로 했다"며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반기업정서가 사라지고 국민에 대한 신뢰가 계속 증대돼 기업도 국민으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는 날이 오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선포식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슬아 컬리 대표 등 42개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금융기업·외국계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부터 쿠팡,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까지 기업 규모와 업종을 망라했다.

ERT는 애플, 아마존 등 미국의 243개 기업이 참여해 만든 `기업 목적에 관한 선언`이나 유럽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일본 `기업행동헌장`의 한국판으로 볼 수 있다.

기업선언문에는 △경제적 가치 제고 △윤리적 가치 제고 △기업문화 향상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와 상생 등 5대 실천 과제가 담겼다. 이를 실천하는 `행동조직`이 바로 ERT인 셈이다.

ERT는 재계가 함께하는 `공동 챌린지`와 개별 기업 역량에 맞춘 `개별 챌린지`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실천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공동 도전과제는 피부에 와닿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임직원 모두가 눈치 보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는 `눈치가 없네`,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제로 플라스틱 데이` 등이다.

개별 기업 실천과제로는 청년 스타트업에 자금과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현대차의 `H-온드림` 프로젝트, 외식업종 자영업자에게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배달의민족 `꽃보다 매출` 등이 소개됐다.

정의선 회장은 "전동화 차량 출시와 수소 모빌리티 확대, 계열사 RE100(기업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참여에 더해 향후 자동차 제조·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기를 맞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청년·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기업 `토스`는 수평적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사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급과 무관하게 능력이 있는 구성원이 권위를 얻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체 `마켓컬리`는 종이 박스를 회수하는 서비스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을 토대로 나무를 심는 `샛별 숲 조성`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한화는 유치원·학교에 공기정화기를 제공하는 `해피선샤인` 사업을 하고 있다.

김슬아 대표는 "스타트업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지속가능한 유통 생태계를 구축해 소비자뿐 아니라 임직원·투자자·농어민·중소 상공인들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어넣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한국형 신기업가정신 선포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대한상의는 `성과 측정`을 한다는 방침이다.

최태원 회장은 "우리는 돈 버는 건 열심히 측정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사회공헌하는 것을 측정하지는 않는다"며 "우리가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정확한 지표를 갖고 알려드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경식 회장은 "기업가정신은 시대에 따라 폭을 넓히고 있으며, 기업에 대한 사회적 바람 역시 커졌다"면서 "이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불굴의 도전을 지속하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다시 발휘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유섭 기자 / 이새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