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안엔 국내외 시장 동향을 살피고 관련 전략을 수립하는 `두뇌` 조직이 있다.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센터다. 최근 기존 경제경영연구센터에서 이름이 바뀐 이 조직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 신사업에 대한 세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다. 이들이 작성하는 보고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곧장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해당 센터장으로서 보고서 작성을 주도하는 인물은 이보성 현대차그룹 상무(사진)다. 그를 포함해 60여 명의 센터 직원이 재직 중이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은 이 상무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기차 시장 규모 얼마나 커질까.

▷올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소비량이 많은 전기차 생산은 작년보다 2배로 커졌다. 지난해 세계 212만대에서 올해는 420만대다. 내년에는 600만대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올해 전체 차량 가운데 5%(420만대) 수준인 세계 순수 전기차 비중은 2025년 13%, 2030년 28%까지 확대될 것이다. ―현대차 전기차 생산 플랫폼(E-GMP)이 다른 완성차와 차별점이 있다면.

▷일단 E-GMP는 차량 실내 공간을 넓힌다. `아이오닉5`는 3m에 이르는 축거(앞뒤 바퀴 중심 사이 거리)를 확보해 공간이 넓다. E-GMP 전기차는 후륜구동 방식을 기본 적용하지만 차체 중량 배분을 최적화해 다른 경쟁차보다 승차감이 뛰어나다. 충돌 에너지 흡수·분산에 알맞은 다중골격 구조를 적용해 탑승자 부상 위험도 낮출 수 있다. E-GMP에 적용되는 배터리 충전 시스템은 현재 세계 양산 전기차 가운데 유일하게 800V 전압을 쓴다. 충전 속도 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언제쯤 풀릴까.

▷공급난 해소 시점을 지금으로서 예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굳이 전망하자면 2023년은 돼야 할 것이다(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초를 예상했다). 물론 내년 상반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강도가 완화될 수 있지만 미국 포드나 GM 등 대형 완성차 업체들이 현재 반도체 부족에 대비해 재고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에도 반도체 대란 이전 같은 수급 균형에 곧장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다.

특히 반도체 공급난 발생 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증산을 결정한 물량 역시 2023년은 돼야 본격적으로 공급될 것이다. 코로나19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한 반도체 공급 부족은 그런 요인들이 해소되면 정상화할 수 있지만 이번 사태 바탕에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차량 전동화가 빨라져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지만 공급업체가 소수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주목하는 로봇 시장을 전망한다면.

▷자동차는 과거의 `기계식 이동장치`에서 `전자식 이동장치`로 변하고 있다. 하드웨어만 다를 뿐 소프트웨어는 어떤 하드웨어에도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장치와 무관한(device free)` 이동수단 시대가 올 것이다. 그게 바로 로봇이다. 기존에 현대차그룹이 구축한 `차량 부품 개발→조달→생산→판매` 흐름을 따른다면 로봇은 그 위에 그대로 올라타 단시간에 성장할 수 있다.

물류 배송·서빙 등 서비스 로봇 성장이 본격화하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25년 1800억달러(약 214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다. 순수 전기차의 연평균 성장률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20% 수준인데 로봇은 이를 월등히 뛰어넘는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