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전기료 산정 기준 중 하나인 연료비 조정단가를 2분기에 동결키로 하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의 부담이 한국전력에 전가되면서 실적 악화에 따른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오후 2시 현재 한국전력은 전일 대비 650원(2.80%) 내린 2만2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전력 주가는 새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에 지난 14일 장중 2만5100원까지 올랐다가 전기료와 관련한 잡음이 나오면서 불과 보름새 10.16%나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4.79% 오른 것과 대비된다.

한국전력은 6년여 전인 지난 2016년 현대차, 삼성물산 등과 함께 삼성전자에 이은 시총 2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2016년 5월 6만37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2만원선 초반으로 3분의 1토막이 난 상황이다. 한국전력의 주가가 장기 부진에 시달리게 된 것은 전기료 산정에 정치적인 요소가 고려되면서 실적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전기료를 인하하고,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전기료를 동결하는 일이 반복돼온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요금이 유가 등 에너지 가격에 따라 움직이도록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지난해 계속해서 전기요금을 동결시켰다.

이날 한국전력은 홈페이지를 통해 4~6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0원/kWh(킬로와트시)으로 확정했다고 공지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면서 한전은 당초 2분기에 3원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연료비 조정단가를 유지토록 한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한 바 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기준연료비가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4.9원씩 인상될 예정이고 기후환경요금도 다음달 2원 인상이 예정돼있다.

전날 인수위원회는 4월 전기요금 동결 문제에 대해 "현정부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결국 기존에 이미 인상이 결정된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은 놔두고 연료비 조정단가는 동결시키는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한국전력의 재무상황이다. 지난 한해 한국전력은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5조2292억원의 적자가 났다. 올해 적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에너지가격이 더 많이 올랐는데 전기요금 인상폭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증권가가 예상하는 영업적자 규모는 5조2799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연간으로는 14조8045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최대 19조9237억원의 적자를 예상한 증권사도 있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되면 한국전력 적자폭이 확대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한국전력의 비용 증가로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한국전력의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에 향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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