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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2년 06월 16일 (목) 17시 43분 확대확대 축소축소 프린트프린트 모바일모바일 목록목록

CEO 16년 내공 다 쏟아부어…배터리 무한경쟁 앞서나갈것

◆ 명예의 전당 헌액 인터뷰 ◆

■ 대담 = 김대영 산업부장(부국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부회장)가 매일경제·한국경영학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기업 명예의전당`에서 전문경영인 부문에 16일 헌액됐다. 권 부회장은 "제가 이 상을 어떻게 받게 됐는지 생각해보니까 딱 한 분이 떠올랐는데, 그분이 바로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님"이라며 "2011년 말 배터리 사업을 맡아보라는 선대회장님 말씀에 충격을 받아 당돌하게 이틀간 잠행도 했지만 결국 수락하고 대낮에 소주를 함께 마셨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최고경영자(CEO)를 하면서 얻었던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소진해서 배터리 산업이 대한민국 대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헌액에 앞서 권 부회장이 지난 10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

―최근 16년간 LG그룹 4개 핵심 계열사 CEO를 맡았다. CEO로서 가장 도전적인 곳은.

▷당연히 LG에너지솔루션이다. 지금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성장 속도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난도도 굉장히 높다. 종착역이 어디인지 가늠이 안 되고 전 세계 주요 회사들이 죽기 살기로 덤벼들고 있다. 굉장히 힘든 사업이다 보니 내가 조금 더 젊었을 때 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회사를 이끌면서 실수도 했고 성공도 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내가 CEO로서 이룬 성공 경험을 다 쏟아부으려고 한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최고 자리에까지 올랐다.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1994년 임원이 되기 직전인 시절에 게임기(3DO) 개발이라는 신사업을 맡았다.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와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파나소닉과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떨어졌는데, 게임의 핵심인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지 못한 게 문제였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내가 CEO를 직접 찾아가 사업을 접겠다고 했다. 처음엔 잘돼서 칭찬도 많이 받았는데 회사에서 난리가 났다. 견디기가 힘들어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당시 정석대로 인사를 하시는 분이 "실패한 권영수가 더 좋다"며 전략 담당 자리를 추천했다. 내 꼴이 말이 아니라 거듭 고사했지만, 안 오면 자르겠다는 말에 합류했다(웃음).

―당시 실패를 통해 배운 건 무엇인가.

▷철저함을 배웠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엄벙덤벙했다. 사업이라는 게 3C(고객·경쟁사·자사)도 알아야 하고 사업이 커갈 유인도 알아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따져보고 했어야 했는데 디테일이 부족했다. 실패를 경험한 나는 그 후 `권 대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말 말단 사원처럼 하나씩 꼼꼼하게 따지는 습관이 생겼다. 개인적 어려움을 겪으며 디테일을 배웠고, 1997년 IMF 외환위기 땐 독해야 산다는 걸 배웠다. 이런 것들을 겪으며 배워 나갔다.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경영 전략이 있다면.

▷바둑을 두는 사람이 1등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덤벼들면 고수가 되지 못한다. 나는 평소 1등이 되겠다는 이야기를 별로 안 한다. 중요한 건 우리 회사의 모토인 `사랑해요 LG`처럼 고객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기업 간 거래(B2B)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 신뢰로, 이 길을 가다 보면 1등도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LG에너지솔루션 수장 취임 이후 첫 미국행인데 출장 성과는.

▷(오하이오주에 완공을 앞두고 있는) GM과의 합작공장에 다녀왔는데, 직접 보니 앞으로 준비할 게 많이 보였다. 지난해 배터리 화재 이슈로 GM과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금 소송 문제는 다 해결된 상태로 GM과의 관계가 매우 좋아졌다. 신뢰가 더 돈독해져 합작이 1~3공장으로 확대되고, 4공장은 검토 중이다. 테슬라와 미팅도 있었는데, 우리에 대한 믿음이 상당하다. 테슬라엔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이 (배터리 공급의) 양대 축으로, 우리가 파나소닉보다 더 좋은 회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전기차 화재가 날 때마다 안전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발생 위험이 내연기관차보다 50% 낮다. 미국 자동차 보험 비교 사이트(autoinsuranceEZ)에서는 10만대당 화재 발생 건수는 하이브리드차 3474건, 가솔린차 1529건, 전기차 25건으로 집계했다. 최근엔 전기차 화재 원인이 배터리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해선 앞으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전기차 산업은 이제 막 태동기로, 5~10년 후에는 안전성 문제가 더 이상 언급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때쯤이면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면서 오히려 급속충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배터리 등 기업의 신규 투자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시골에 여전히 공장이 많다. 글로벌 LED 기업인 니치아는 도쿠시마현에 공장을 두고 있다. 과거에 오가와 노부오 전 회장을 만났을 당시 인력 문제에 대해 물어보니 지역 주민들이 모두 와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인력난이 없고, 직원의 퇴직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 지역 기반의 생산기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LG화학은 최근 구미형 일자리 사업으로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런 고민이 계속 필요하다. 공장의 단순 업무는 65세 이상만 채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직원 행복하게 하는 소통형 CEO 되고파

`좋은` 실패 찾아내 포상 즐겨

권 부회장은 취임 이후 직원들의 복지부터 챙기고 나섰다. 특히 육아휴직·사내 어린이집 확대는 물론 난임으로 입양을 생각하는 구성원에겐 자녀 입양 휴가 제도를 약속했다. 권 부회장은 "힘든 일을 하는 우리 직원들이 방전되지 말아야 한다"며 구성원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권 부회장은 "주변 사람들이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언젠가 `권영수가 있어서 좋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가장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며,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은.

▷기업에는 산업에 대한 지식이 많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형, 직원을 행복하게 해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형 등 두 유형의 리더가 필요하다. 나는 처음엔 전자를 추구했지만, 이제는 후자 쪽이다.

언제부턴가 직원을 행복하게 하는 CEO가 더 중요하단 걸 깨닫고 무게중심을 그쪽에 실었다. 직원들을 위하고 챙기면서 이것이 조직문화로 자리 잡으면 오래가는 기업이 만들어진다.

―CEO로서 선호하는 인재는.

▷열정·전문성·팀워크를 중요하게 보는데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열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잘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회사는 잘될 수밖에 없다. 나는 직원들에게 종교를 떠나서 매일 아침 원하는 바를 기도하라는 말을 한다.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열정이 있다면 누군가가 도와줄 거라고 말한다. 기막힌 아이디어라는 것도 이런 마음이 있을 때 생기는 거다.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를 강조하는데.

▷직원들에게 가끔 하는 말이 "두려움 없이 질러보라"다. 요즘 `좋은 실패`를 발굴해 수시로 포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가 중요하다. `인화`를 LG의 철학이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진짜 인화는 허심탄회하게 서로 할 말을 하는 거다. 튀지 않으려고 싸움을 피하려고 말을 안 하고 참았다간 불만만 쌓이고 결국 무관심해진다.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해야 하고, 도중에 다툼도 있을 수 있다. 이건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 권 부회장은…

△1957년 서울 출생 △197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1년 KAIST대학원 산업공학과 졸업 △1979년 LG전자 입사 △2006년 LG전자 총괄사장 △2007~2011년 LG디스플레이 사장 △2012~2015년 LG화학 사장 △2015~2018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2018~2021년 (주)LG 대표이사 부회장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이윤재 기자 / 박윤구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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