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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2년 06월 13일 (월) 17시 49분 확대확대 축소축소 프린트프린트 모바일모바일 목록목록

베트남에 `SKY 캠퍼스` 설립…이보다 좋은 미래 투자는 없다

◆ 韓·베트남 수교 30년 ◆

`이미 정해진 미래.`

다소 운명론적인 이 담론은 인구구조를 통해 본 한 나라의 성장궤도 측면에선 엄청난 설득력을 가진다. 잘 교육된 젊은 경제인구가 얼마나 풍부한지가 한 나라의 장기적 성장에 가장 본질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베트남은 우리의 사돈국가로 맺어진 데다, 뗄 수 없는 경제적 공생관계에 들어갔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의 기술과 경험, 자본력이 베트남의 젊고 풍부한 노동력과 합쳐지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협력관계로 떠올랐다. 그리고 양국은 `디지털 & 그린`으로 대표되는 미래 산업에서도 고효율 생산기지이자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다.

최근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서울대 교정에서 만났다. 조 교수는 `정해진 미래` 담론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구학자이자, 베트남 정부의 인구정책 자문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 교수는 "베트남은 이제 막 인구배당을 받는 시점에 들어가기 때문에 2040년까지는 강하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1970년대부터 강력한 인구배당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인구배당 효과란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조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제조업 생산기지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바라보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공동번영을 위해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하냐는 질문에, 조 교수는 "베트남에 한국 SKY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 캠퍼스를 만들어 아시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키워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양국의 성공 비결"이라며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우리의 대학 시스템이 현재 베트남 인구구조와 경제성장 단계에 딱 맞는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매일경제신문이 `한·베 수교 30주년 `함께 미래로``라는 주제로 23일 개최하는 제30회 매경 글로벌포럼의 두 번째 세션 모더레이터로 나선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트남이 한국에 어떤 의미가 있나.

▷오늘의 대한민국만 보지 말자. 2030년이면 3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인 나라가 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모두 노인국가들이다. 젊은 친구가 주변에 있어야 늙어서도 행복하다. 올해 한·베 수교 3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에 직접 방문해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던지고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나.

▷한국 정부와 대학이 베트남 고등교육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교수 임금이 낮은 베트남은 대학교육 시스템이 열악해 우수 학생 대부분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보듯이, 지금 이런 투자를 하지 않으면 2030년대 중반 이후 베트남이 성장했을 때 우리가 요구할 게 없다. ―산학연 시스템도 도입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베트남 서울대학교 반도체학과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방안이다. 한국 기업에 베트남 인재의 실무교육은 매우 중요하고, 한국 대학은 대학원생 수 감소로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 학생들이 양국을 순환하면서 교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 하노이캠퍼스가 가능한 얘긴가.

▷실제 3년 전 베트남 호찌민 국립대학은 국내외 대학 여러 곳을 묶어서 한 개의 캠퍼스로 거듭났다. 이 대학은 교육부 지휘체계에서 독립해, 수능을 보지 않고 따로 학생을 뽑는다. 여기에 서울대가 참여하자는 논의를 했었지만, 방대한 조직을 설득하는 데 포기했다. 베트남 현지 캠퍼스를 만드는 건 베트남이 아닌 한국 내부 의사결정의 문제다. ―베트남에 관심 있는 기업인들이 가장 조언을 듣고 싶어하는 학자다.

▷실제 많은 기업 회장들이 조언을 구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건 베트남을 공장만이 아닌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열 높은 베트남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될 것이고,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다. ―기업들은 베트남 인구구조에서 뭘 봐야 하나.

▷지금은 베트남이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아기가 어린 집이 많아서 아반떼급이 많이 팔린다. 하지만 4인 가족 중심의 베트남은 조만간 중형차 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거다. 그런데 현대차가 베트남에 소형차 위주 조립 공장만 두고 있는 건 생각해볼 문제다. 중형차는 일본, 고급차는 유럽이라는 인식이 박히면 나중에 현대차를 팔기 어려워진다. ―베트남 소비시장의 특징은 뭔가.

▷베트남에선 1985~1996년생인 도이머이 세대가 소비의 핵이다. 그들은 전통적 가치관을 가지면서도 스마트폰을 들고 전 세계와 교류한다. 이들이 베트남 성장의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에, 물건을 팔거나 친구를 사귈 때도 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급속한 저출산 이유는 뭔가.

▷역사적으로 한 사회의 출산율을 결정하는 건 가임연령대의 경쟁감 수준이다. 모든 생명체는 경쟁을 하지만, 경쟁이 너무 심해지면 자손보다 자기 생존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건 엄청난 경쟁감 때문이고,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경쟁감의 핵심이라고 본다. ―서울 집중이 저출산 최대 이유인가.

▷1994년생은 80%가 대학을 가는데 모두 서울로 가고 싶어한다. 청소년이나 여성 문화 대부분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지방에는 제조업 벨트 중심으로 남성 중심 일자리만 가득하다. 남성은 지방 공장으로 일하러 가지만 여성은 일자리가 없다. 대학, 일자리, 주택, 결혼 모두 서울과 관련된 경쟁의 문제다. ―저출산 속도를 줄이는 방법은.

▷서울 외에도 누구나 살고 싶을 만한 정주지가 한두 군데 더 있어야 한다. 베트남만 해도 하노이와 호찌민 같은 양대 도시가 있고 다낭, 껀터 등 지역 핵심 도시를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내년부터 베트남은 보건부 산하 `인구 및 가족계획국`을 `인구 및 발전국`으로 변경해 성장을 위한 종합적인 인구대책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전범주 기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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