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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2년 06월 29일 (수) 10시 16분 확대확대 축소축소 프린트프린트 모바일모바일 목록목록

쌍용차 구원투수 토레스… ‘1차 시험’ 합격

“전화 많이 받고 있습니다. 사전계약도 꽤 이뤄졌고요. 모처럼 일할 맛이 나네요.”

쌍용자동차의 신차 ‘토레스(Toress)’의 외관 이미지 공개와 함께 사전계약이 시작된 지난 6월 13일 오후. 서울의 한 쌍용차 판매대리점 영업사원은 “직장이 이렇게 활기를 띤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인이 수차례 바뀌고 인수 과정도 순탄치 않은 상황인 만큼 목소리에서는 기쁨과 함께 안도감마저 느껴졌다.



비운의 기업 쌍용차. 21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쌍용차의 회생을 위해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말 그대로 9회말 이사 만루에 투스트라이크 스리볼 상황. 이기느냐, 지느냐의 절박한 상황이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 이 상황에 등장한 토레스는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미트에 꽂아 넣었다. 아직까진 괜찮다. 첫날 사전계약은 총 1만2383대. 현대자동차의 투싼과 그랜저, 아반떼, 기아의 쏘렌토, 스포티지,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가 기록한 ‘사전계약 1만 대 클럽’에 들어섰다. 쌍용차 역사상 처음이다. 2010년 이후 쌍용차가 출시한 신차 중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의 사전계약 대수는 3주간 4000대였다.

쌍용차는 티볼리 출시로 지난 2016년, 9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토레스는 중형 SUV로 티볼리와 비교했을 때 수익성이 낫다. 완성차 업계에서 사전계약 1만 대의 의미는 사뭇 크다. 사전계약은 신규 론칭 모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함께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토레스의 성공을 기반으로 흑자 전환을 비롯해 경영 정상화를 노리고 있다. 마침 KG그룹과 쌍방울이 참여한 쌍용차 인수전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쌍용차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1954년 국내 최초의 자동차 제조사 ‘하동환 자동차’가 설립됐다. 하동환 자동차는 1966년 ‘HDH-66’이라는 이름의 버스를 만들어 브루나이로 수출했다. 1976년 포니를 에콰도르에 수출한 현대차보다 10년이나 앞섰던 한국의 첫 자동차 수출이었다. 1977년 동아자동차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꾼 뒤에는 ‘디젤지프’를 인수해 국내 SUV 시장을 개척했다. 동아자동차는 1986년 신차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했고 이때 쌍용이 투자자로 나섰다. 쌍용은 인수 후 코란도, 무쏘를 잇달아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국내 SUV 시장을 지배했다. 코란도는 1986년 한국 최초의 일본 수출 차량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아 존립 위기에 빠졌다. 1998년 대우에 매각됐지만 이듬해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분리됐다. 2004년에는 중국 상하이차, 2010년에는 인도 마힌드라를 새로운 투자자로 맞이했지만 지난해 4월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서고 말았다. 2009년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가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며 경찰과 격렬히 충돌하기도 했다.

67년간 주인이 다섯 번이나 바뀐 쌍용차는 여섯 번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인수 과정에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자금 부족과 쌍용차 상거래채권단, 노조 등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그 과정에서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줄이었던 에디슨EV는 주권매매거래까지 정지됐다.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성기훈이 다녔던 ‘드래곤모터스’는 쌍용차를 모티브로 삼았다. 기훈의 파란만장한 인생처럼 쌍용차의 질곡은 길고도 깊었다.



▶“이대로만 나와다오”

쌍용차가 갸우뚱할 때마다 ‘J100’이 등장했다. 쌍용차는 카이런을 이을 중형 SUV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연구개발(R&D)에 투자할 돈이 없었다. 하지만 회생을 위해서 신차는 필요했다. 2020년 예병태 전 쌍용차 사장은 당시 “로디우스 후속을 보류하고 완전히 새로운 모델인 J100을 먼저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목표는 2021년 출시였다. 하지만 2021년 4월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섰고 J100은 또다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해 6월, 쌍용차는 직원 절반이 최대 2년간 무급휴직을 골자로 하는 자구안에 협의하면서 기업 매각을 위한 고비를 넘겼다. 이어 곧바로, J100의 디자인이 담긴 스케치를 공개했다.

J100 스케치가 공개되자마자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단지 스케치만 공개했을 뿐이었지만 “이대로만 나오면 구매하겠다”, “이대로만 나오면 무쏘의 과거를 되찾을 수 있다”, “이대로만 출시되면 역작” 등 ‘이대로만 출시되면’이라는 문구와 함께 호평이 쏟아졌다. 쌍용차는 당시 J100을 설명하며 “강인하고 안전한 SUV를 바탕으로 새롭고 모던한 정통 SUV 스타일링을 구현했다”고 표현했다. J100은 옆모습이 담긴 스케치 하나로 지금까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쌍용차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무쏘를 만들었던 쌍용차니까’라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쌍용차는 올해 1월 ‘토레스(Torres)’라는 이름의 상표 등록을 출원하며 J100의 올해 출시를 예고했다.



2022년 6월 13일, 쌍용차가 토레스의 외관 이미지를 공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계약 폭주로 한때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있었다. 전면부는 짧고 반복적인 세로격자 모형의 버티컬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과 일체형 범퍼를 적용해 강인하고 와일드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후면부에는 스페어 타이어를 형상화한 디자인을 넣어 정통 SUV 스타일을 실현했다.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감을 가졌으며 2열 폴딩 시 1662ℓ 대용량 적재가 가능해 캠핑이나 차박 등 레저 활동도 가능하다.

특히 크기는 투싼과 스포티지보다 크고 싼타페와 쏘렌토보다 작지만 2690만~3040만원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면서 가장 낮은 트림인 T5에도 후측방보조경고, 앞차출발경고, 긴급제동보조, 차선이탈경고 등 첨단 안전 사양을 쏟아부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이익을 최소화하는 대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더 먼 미래를 내다본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KG그룹과 파빌리온PE가 연합한 컨소시엄이 재매각을 추진 중인 쌍용차의 새 주인 후보로 결정됐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인수가 무산된 지 47일 만이다. KG그룹은 전략적투자자(SI), 파빌리온PE는 재무적투자자(FI) 역할을 맡는다. 앞서 KG그룹과 컨소시엄을 꾸렸던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도 FI로 참여했다. KG그룹과 파빌리온PE는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쌍방울 컨소시엄과 이엘비앤티 등과 비교했을 때 자금력 부분에서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쌍용차는 회생채권(회생담보권 포함) 약 8300억원, 공익채권 7700억원 등 1조5000억원가량의 빚이 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인수 당시 당장 갚아야 하는 회생담보권은 약 2320억원, 조세채권은 558억원이었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 미지급금 규모는 5470억원에 달했다. 협력업체가 약 40~50%의 현금 변제율을 원하고 있는 만큼 인수에 필요한 금액은 최소 5000억원에 달한다.



▶쌍용차에게 7월은

KG그룹은 KG케미칼과 KG스틸, KG ETS 등 5개의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KG케미칼의 경우 현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3600억여원에 달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KG ETS 매각 대금 5000억원도 확보된다. 여기에 파빌리온PE와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도 참여하면서 자금력 부분에서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업계는 KG그룹 컨소시엄이 쌍용차 인수자금으로 최소 8000억~9000억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인수전은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최종 인수자가 바뀔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 스토킹 호스 방식이란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먼저 체결한 뒤 공개입찰을 다시 진행해 최종 인수자를 확정 짓는 방식이다. 공개입찰이 무산될 경우 인수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지만 새 인수 기업이 참여하거나, 더 높은 인수 금액을 제시한 기업이 나타나면 인수 후보자는 바뀌게 된다. KG그룹이 인수예정자로 선정된 상황에 진행된 공개입찰에서 쌍방울그룹(광림컨소시엄)이 다시 참여했다. 특장차 사업을 하고 있는 광림을 앞세운 쌍방울그룹은 지난번보다 높은 인수대금을 제시하고 재무적투자자를 확보해 자금 조달도 증빙한다는 계획이다. 특장차는 제품 특성상 완성차가 출고된 이후 분해 및 재조립 과정을 거쳐 특장차로 거듭난다. 만약 광림이 쌍용차를 확보하게 될 경우 설계 과정에서 완성특장차를 제조할 수 있게 돼 시간과 비용 모두를 절감할 수 있다. 광림컨소시엄이 제시한 새로운 인수조건이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한 KG컨소시엄보다 좋을 경우 인수자는 바뀔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광림컨소시엄은 이전보다 높은 인수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인수자는 7월 결정된다.



쌍용차에게 7월은 그래서 더없이 중요하다. 토레스의 공식 출시와 동시에 쌍용차의 새 주인이 결정되는 달이다. 쌍용차는 토레스를 기반으로 올해 흑자를 이루고 새 주인과 향후 전기차를 비롯해 여러 신차를 출시, SUV 명가라는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토레스가 잘 팔려야 쌍용차의 몸값 또한 높아진다. 또한 토레스가 문제없이 잘 판매되어야만 7월부터 2교대 전환도 가능하다. 쌍용차는 지난해 4월 법정관리에 들어선 뒤 자구계획안에 따라 7월부터 근무 형태를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이후 3시 40분부터 밤 12시 20분까지 2교대로 차량을 생산했는데 지난해 7월 12일부터 오후 3시 40분 이후 근무는 하지 않고 있다. 직원들은 한 달씩 무급으로 번갈아 쉬며 차량 생산에 나섰다. 토레스가 출시되고 월 평균 판매량이 1만3000대 정도로 확대되면 2교대 전환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티볼리로 흑자전환을 이뤘을 때, 쌍용차의 월평균 판매량은 1만200여 대였다. 올해 들어 쌍용차 월평균 판매량은 7940대로 전년 대비 12%가량 확대됐다. 렉스턴 스포츠의 연식변경 모델 출시와 코란도, 티볼리 등의 출고 대기 물량도 현재 1만여 대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토레스의 인기가 지속되면 쌍용차는 빠른 시일 내에 경영 정상화를 이루고 법정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쌍용차 직원들이 온 마음으로 토레스 성공을 기원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원호섭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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