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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2년 10월 02일 (일) 05시 33분 확대확대 축소축소 프린트프린트 목록목록

[한국경제 위기인가] ①고개드는 경제위기설…원인과 실상은

[※편집자 주 = 장기 저금리로 풀린 유동성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며 '돈줄 죄기'에 나섰습니다. 금융시장에선 주가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는 등 충격이 발생했고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던 무역수지는 반년째 적자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는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습니다.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대세론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대형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고개를 듭니다. 연합뉴스는 경제위기설의 원인과 실상을 파헤치고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내·외부 요인들을 점검하는 한편 위기 대응 방안도 제시하는 기획 기사 8건을 준비해 일괄 송고합니다.]

"아시아 양대 경제 대국인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의 급락으로 1997년처럼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6일 보도를 통해 '아시아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시아의 경제·무역 강국인 이들 두 나라의 통화가치 급락으로 글로벌 펀드들이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자금을 회수해 대량 자본 이탈로 이어질 경우 진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공급망 붕괴 등으로 하방 압력을 받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단행되자 더욱 큰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과거 위기와 비교하면 국내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유동성 지표는 양호한 만큼 아직 경제 위기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산적한 대외 리스크의 국내 전이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인플레·금리인상·달러강세·금융불안·실물부진…악재만 산적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은 1,430.2원에, 코스피는 종가 기준 연저점인 2,155.49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가 악화된 배경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심화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공급측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한국은 주요 원자재 수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에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 4.7%에서 올해 8.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파른 속도로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금융시장 불안은 더욱 확대됐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전 세계 투자자금이 달러를 향해 몰려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달 28일 장중 1,442.2원까지 올라 2009년 3월 16일(고가 기준 1,488.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투자 자금의 유출을 촉발해 금융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각국은 자국의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이른바 '역환율 전쟁'에 나서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낮춰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 했던 '환율 전쟁'과 반대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위기 요인은 금융 부문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가 상승으로 이미 '공급망 위기'를 겪던 국내 기업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 경색으로 자금 조달까지 어려워지자 각종 투자계획을 철회하고 비용 절감에 나서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실물 부문에서도 반도체 생산은 7월(-3.5%)에 이어 8월에도 작년 같은 달보다 14.2%나 감소했고 9월 반도체 수출은 5.7% 줄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37억7천만달러(약 5조4천213억원)의 적자를 내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 외환위기·금융위기 때와 다르지만…"대외 리스크 전이 대비해야"

원/달러 환율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및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1,400원대에서 오르내리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과거와 같은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경제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엄청난 외환보유고가 있고 경상수지도 큰 틀에서 괜찮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일부 자본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위기 상황의 재연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코로나19 이후 외환보유액 감소 폭을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현재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께 외환보유액은 204억달러로 전고점(1997년 7월) 대비 39.4% 줄었고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환보유액은 전고점(2008년 3월)보다 24.1% 감소한 2천5억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지난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전고점이었던 작년 10월의 4천692억달러보다는 6.6%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천364억3천만달러로 집계됐는데, IMF가 제시한 방법과 비교해도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치(4천303억 달러)를 1.4%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현안 보고서에서 최근 환율 상승을 과거 환율 급등기와 비교하며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국의 긴축 강화,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대외요인에 주요 기인하며 우리나라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과거 두 차례 위기(외환·금융위기)와 다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 신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대외 여건 악화가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제금융시장 등 대외 여건과 경상수지 흐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경제에 대한 평가, 해외 대체투자 손실 확대 등에 따라 외화유동성 상황이 예상보다 나빠질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비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기존 대외 리스크의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 경색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에너지·자원 외교를 강화해 국내 수급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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