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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사업 따내려 종교까지 속인 아빠, 사랑해도 될까요?"…`데어 윌 비 블러드` 영화 리뷰 [씨네프레소]
2021-10-23 19:01:02 

*주의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⑦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리뷰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에 시민들이 분노하는 건 단순히 특정 세력이 과도한 이익을 올려서만은 아닌 듯하다. 사실 각종 이권사업에서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은 사례는 기존에도 많이 있었다. 대중이 이번 사태에 더 경악하는 이유는 자본의 탐욕을 목소리 높여 경계하던 자가 측근들의 부정한 이익 추구에는 별다른 불편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돈 앞에서 누구든 눈이 뒤집히기 쉽다는 사실을 한번 더 확인한 셈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2007)는 이권사업을 위해 무엇이든 갈아넣을 준비가 된 남자 다니엘 플레인뷰(대니얼 데이루이스) 이야기다. 1898년 금을 캐는 광부였던 그는 우연히 유전을 발견하며 일확천금의 행운을 누리게 된다. 그의 꿈은 더 큰 유전으로 향하게 되고, 그 여정에는 어린 아들 H W 플레인뷰가 함께한다. 주민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 때마다 그는 아들을 대동해 이것이 '가족사업'임을 거듭 강조한다.

원주민 토지 확보하는 첫 번째 전략: 가족사업임을 강조하기

그가 가족사업을 내세우는 이유는 명백하다. 천진한 아들 얼굴을 내세우면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을에 오랫동안 산 원주민이라면 느닷없이 나타난 이방인이 본인들 땅을 사서 석유를 채굴하는 데 거부감을 가지는 게 자연스럽다. 그의 전략은 가족이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믿는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데 적중한다.

이 부자 사이에는 아버지 다니엘만 아는 비밀이 있다. H W는 다니엘의 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작업 현장에서 추락한 장비를 맞고 동료가 즉사하면서 현장에 있던 아기를 다니엘이 키우게 됐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닌 H W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의젓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업설명회에선 동업자처럼 바른 자세로 서 있고, 어떤 때는 석유가 묻혀 있다는 증거를 아버지보다 더 빨리 찾아낸다.

아들과의 동행은 고향 집을 떠나 혈혈단신으로 술에 의존하며 살아온 다니엘에겐 일종의 구원이다. 물론 다니엘은 아들을 자신의 사업에 동원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아들을 그저 이용하기 위해 데리고 있는 건 아니다. 처음엔 필요에 따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이 자신의 삶으로 깊이 들어와 내면을 치유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영화는 보여준다.

원주민 환심 사기 위한 두 번째 전략: 거짓 신앙 고백

사업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또 있다. 바로 종교다. 마을 사람 중 일부는 제3계시교에 빠져 있고, 다니엘이 신앙을 갖기 원한다. 제3계시교 목사 엘라이(폴 다노)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본가인 다니엘이 본인 권위를 세워주면 교회가 더 흥할 것으로 기대한다. 제 잘난 맛에 사는 다니엘이 순순히 따라줄 리 없다. 기공식에서 축복 기도를 하게 해달라는 엘라이의 요구를 노골적으로 무시한다.

하지만 송유관을 설치할 핵심 지역을 소유한 주민이 그에게 세례 받기를 권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거금을 준다 해도 세례 받지 않는다면 땅을 내주지 않겠다고 하는 통에 다니엘은 이에 따르게 된다. 평소 다니엘에게 앙심을 품었던 엘라이는 교회 성도들 앞에서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가장 모욕적인 방식으로 세례를 준다. 큰 소리로 "나는 자식을 버렸습니다"란 고백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 다니엘은 사고로 청력을 잃은 아들을 부담스럽게 느끼게 되면서 먼 곳으로 보내버렸다. 남이 자신의 가족 일에 관여하는 걸 무엇보다도 끔찍하게 여기는 다니엘이지만 오로지 송유관을 얻어내기 위해 가짜 신앙을 고백하고 거짓으로 참회한다.



거대한 부는 그 자체로 악하다

주인공이 자신의 사업과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구성적으로 독특한 부분이 있다. 사업이 잘될 때나 안 될 때나 주인공이 늘 불안해 보인다는 점이다. 음악을 담당한 라디오헤드의 조니 그린우드는 위태로운 사운드로 다니엘의 심리를 표현했다.

이런 연출은 유정탑에 화재가 발생하는 장면에서 가장 극적인 효과를 만든다. 다니엘은 큰불이 붙는 걸 보면서 자신의 판단이 맞았음을 확신한다. 땅 밑에 석유가 가득함을 보여주는 그 불길은 곧 다니엘이 거대한 부를 거머쥘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감독은 그 장면에서 불타오르는 유정을 스크린 한가운데에 눈동자처럼 배치함으로써 마치 악마가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성공이 추후 파멸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경고처럼 보인다.

다니엘에겐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여태껏 쌓은 부에 만족하며 청각을 잃은 아들을 보살피는 인생, 또는 초거대 석유업자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욕망의 레이스. 그는 유전을 팔면 100만달러를 주겠다는 정유 회사의 제안을 물리치고 자신의 부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도전을 한다. 누구보다도 가족을 필요로 하며 외로워하지만 정작 갈림길에선 가족을 택하지 못한다.

모든 걸 이룬 남자의 황폐한 내면

그의 집엔 이젠 개인 볼링장이 있다. 궁궐같이 큰 집에 관리인도 따로 뒀다. 배가 고프면 스테이크를 먹고 목마르면 고급 위스키를 마신다.

그러나 언어는 거칠어지고 폭력 사용 빈도도 높아진다. 가족과 주변인에게 입에 못 담을 모욕적 언사를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집 안에 있는 각종 장식물에 사격 연습을 하는 장면은 다니엘의 내면을 그대로 표현한 부분이다.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펀치 드렁크 러브'(2002) '마스터'(2012) '팬텀 스레드'(2017)를 연출한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은 작품을 통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 하면 구원받지 못한다고. 모든 걸 쥐려 하는 사람은 결코 행복을 잡을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라가 이권사업 논란으로 이토록 시끄러운 건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드러내는 측면이 있다. 부와 권력을 잡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언제고 뒤집을 수 있는 인물이 한 나라의 철학과 가치를 보여주는 얼굴이 돼서는 안 된다는 데 대다수 시민이 뜻을 같이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장르: 드라마
주연: 다니엘 데이루이스, 폴 다노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
평점: 왓챠피디아(4.1),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91%), 팝콘지수(86%)
※10월 22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 넷플릭스,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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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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